아야진 이야기

2019. 9. 26. 22:35코끼리공장

길위에 [서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리.. 

 

핑계거리를 만들어서라도 자주 찾게 되는 이곳은 그저 파란바다가 있는

 

몽글몽글한 바위들이 천지에 깔려있는 여느 바닷가 근처 마을과 다를게 없다.

 

스무살무렵 우연히 알게된 고성토박이놈만 아니었으면 그저 휴가때나 찾아올법한 그냥 

 

바다다..

 

 

 

 

그저 사람이 좋아서 한달에 한번씩 두달에 한번씩 찾아오던 강원도 고성이  어느순간 고향처럼 친숙해져 있더라.

 

달빛밖에 보이지않던 15년전 어느밤 그 토박이놈과 낚시대 하나 던져놓고 고추참치캔에 종이컵 가득 소주잔을 비우던때와

 

지금의 그곳은 너무나도 확연히 달라졌지만 그때 코끝을 스치던 내음에 반해 지금도 틈만나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두시간씩 운전해가며 피곤한 내색 하나 없이 달려가는게 그때나 지금이나 그 냄새 하나는 여전한가보다.

 

 

 

사람이 좋아서 떠나던 길은 그저 내가 좋아서 떠나는 길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홀로떠나는 길은 늘 쓸쓸하고 외롭고 허전하며 위태롭다.

 

그리고 어느정도 익숙해진 뒤에 위태로움이 사라질때 즈음이 되면 쓸쓸함과 외로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없다

 

별 생각없이 별 계획없이 그냥 달려가는 아야진 앞바다는 그냥 좋은걸 넘어서 당연해졌다.

 

 

 

몇해전 새로생긴 언덕위에 작은 카페 하나가 단골이 되었다. 이정도 거리에 두달에 한두번 다녀가는거면 이미 단골 아닌가..

 

전에는 컵홀더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나보고 참 멋진사람이란다. 

 

커피위에 간단한 욕을 적어주는 커피집도 가보았고 그때 내 커피위에는 "혼자온새끼" 라는 참신한 한마디가 적혀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내가마신 커피를 재배한 농부의 사진이 인쇄된 스티커를 주는 코스타리카 커피집도 가보았다. 

 

하지만 이곳은 이런저런 커피집에서 마주치게하는 순간들보다 가장 기억에 남을것 같다.

 

나는 이곳에 올때마다 늘  멋진사람일테니까.. 

 

 

 

사실 이번주말 여수행을 계획했다. 

 

지난주에 가려다가 태풍때문에 한주를 미뤘는데 이번주도 여수에는 비가온단다. 

 

문득 너무 당연히 든생각은

 

"아야진이나 가야지 뭐.."

 

이번주는 지난번보다 더 긴 낚시대를 가져가서 장타를 쳐야겠다.

 

이번주는 지난번보다 더 좋은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펴놓고 시간을 보내봐야겠다

 

이번주는 지난번에 못봤으니까 토박이녀석을 불러내서 한잔해야겠다.

 

이런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며 목요일밤을 또 보내고있다.

 

 

 

 

언제나 갈 수 있는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언제든 갈 수 있는곳이 있지만 잠깐씩 머뭇거리거나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의 내가 어떤모습으로 나를 보고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나는 아직 행복한 사람인가보다.

 

 

by 오픈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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